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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수필가 심현숙 -

 

  내가 남편과 결혼해 산 지 50년이 되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다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나가 가까운 친척 그리고 친지를 모시고 간소하게 금혼식이라도 하면서 그 걸 핑계 삼아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했지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게 한없이 섭섭하고 가슴 아프다.

  1969년 1월 25일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었겠는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남편의 곁을 지키는 건 아내의 본분과 도리이기도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이 사랑을 깨달게 되는데 50년이 걸렸다.

  남편이 사고 나기 전에 지금의 반의반이라도 정성껏 보살폈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 때까지만 해도 남편의 보호 속에서 안일하게 살았던 것 같다. 평소 남편은 건강했고 더욱이 7년이라는 나이차가 있다 보니 많이 의지하며 살아왔다. 살림 잘 하고 아이들 잘 키우며 남편에게 복종하면 아내의 본분을 다 하는 줄 알았다. 그 본분 중 으뜸이 사랑이라는 걸 의식 못 했다. 이민 오기 전 남편은 퇴근해오면 저녁식사 후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고 나는 주방에서 뭔가를 했던 것 같다. 하루는 남편이 “내 오기 전에 일을 끝내놓고 내 온 후엔 함께 있으면 안돼요?”라고 한 적이 있다. 사랑이란 같은 쪽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늘 남편의 다른 쪽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혼생활 50년이라고 하지만 지금부터 거슬러 올라가보면 14년 반은 남편 병수발, 15년은 이민 와서 돈 번다고 고생고생 하고, 나머지 20년 동안은 한국에서 아이들 키우며 교육시킨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 중에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되는 시기는 아이들 어릴 때이다. 아들이 유아천식으로 힘들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때가 그립다. 젊은 시절 남편은 월남으로 이란으로 해외근무까지 했으니 편안하게 산 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민의 삶이 얼마나 편안할까마는 한쪽이 장기(長期)환자가 되고 보니 늘 긴장 속에 살고 있다. 보통 의지로는 버틸 수 없는 혼자 된 가장들의 피눈물 나는 삶의 애환을 실감하며 남편 사고 전 큰 걱정 없이 살았던 내 삶이 왠지 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사람들은 나더러 ‘열녀’라고도 하고 ‘철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열녀도 철인도 아니다. 누구나 닥치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결혼 후 가족을 위해 35년간을 노력하고 희생한 남편에 대한, 아버지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가깝게 지내는 분들은 내게 몸을 좀 아끼라고 당부한다. 딸이 토요일에 교대해주면 한의원을 찾는다. 침을 맞고 치료하는 두 시간동안이 그나마 내게는 휴식이다. 아침이면 닳고 닳아진 무릎 관절에 진통크림을 바르고 의료용 압박스타킹에 무릎보호대까지 무장을 하고 나선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 같다. 널씽홈(Nursing Home)안에서도 걷기가 힘들 때는 지팡이에 의지할 때가 있다. 이래도 이 생활을 접을 수는 없는 이유는 전신마비인 남편은 자기에게 어떤 위기상황이 온다 해도 콜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위기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인공호흡기를 24시간 사용하는 환자는 다르다. 기관지에 가래가 차 셕션(Suction)을 해야 할 때는 기계에서 ‘뚜뚜뚜’하는 경고음이 나면서 병실 문 앞에 흰색 등이 켜진다. 그러나 남편은 밤에만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때 셕션을 해주지 못 하면 산소량이 70이하로도 떨어진다. 아무리 산소를 꽂고 있다 해도 호흡이 힘들 때가 있다. 남편도 호흡기 사용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 또 때로는 소변줄(Urine Catheter)이 불순물로 막히거나 다리 사이에 끼어 소변이 몇 시간씩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 남편은 온 몸이 땀범벅이 되어 정신이 몽롱해져 있다. 혈압은 250/125이상 올라가고 방광이 평창해저 몸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들도 대부분 나나 딸이 발견한다. 우리는 일대일로 남편을 간호하며 관찰하지만 간호사들은 한 환자에게 매달려있을 수 없는데다 하루 3교대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찌 가족이라 하겠는가. 그 시간에 무엇을 한 들 이보다 귀하겠는가. 근 15년을 남편 곁에서 그림자처럼 살고 있지만 나는 그림자라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소독 비누로 손을 씻으며 남편을 운동시키고 많은 걸 돕다보니 손은 거칠 대로 거칠어지고 힘줄이 튀어나와 여인의 손인가 할 정도로 험하다. 그러나 난 부끄럽지 않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다.

  남편과 이 세상에서 50년을 살았다는 건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다. 어려운 굽이굽이에 하나님께서 동행해주지 않으셨던들 남편과의 그 긴 동행은 불가능했다고 본다. 이곳에서 간호사들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나를 ‘미세스 정’이라 부른다. 얼마나 뿌듯한 칭호인가. 비록 널싱홈에 누워있지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 가족에게는 힘이 되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남편과의 동행은 힘이 들었을지언정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우리는 두 사람이 아닌 셋이서 같은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내가 지쳐서 쓰러지면 주님께서 일으켜 세워주시고 남편에게 위기가 오면 그 동안도 그리 하셨듯이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남편과 나의 50년의 삶을 하나님께 올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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