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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풀 하우스 풍경

수필가 심현숙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난 하루 중 10시간을 메이플하우스에서 보낸다. 그곳은 남편이 4년 가까이 살고 있는 요양원(널싱 홈)이다. 써리에 위치한 요양원은 하나의 건물 안에 메이플 하우스를 포함한 8개의 집으로 나누어져있다. 약 200명의 사람들이 기거한다. 건축한지 12년 되어 아직 깨끗하고 예쁘다

이 중 메이플하우스는 인공호흡기 사용자들만이 입주할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병원중환자실에서 퇴원해 오는데 3개월에서 2년을 기다린 사람도 있다. 겨우 24명밖에 수용할 수 없다보니 환자에 비해 방이 부족한 셈이다.

이곳은 다른 하우스와는 달리 가족들이 많이 돕는다. 대부분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몸을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셕숀을 비롯하여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하고 눈물을 닦는 것까지도 도와줘야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의사표시이다. 말을 하거나 말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알파벹이 적힌 자판을 보여주며 읽어줄 때 눈을 깜박이면 그 알파벹을 조합하여 환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도와준다. 또 어떤 환자는 안구 인식 컴퓨터를 사용하여 문자를 소리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이렇게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보기에는 모두들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행복하게 웃는 사람을 보면 정상인이 섣불리 뭐라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사람들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거나 사고로 병으로 호흡이 힘들어져 기계의 힘을 빌려 생명을 연명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맞서며 젖 먹던 힘까지 혼신을 다해 숨을 쉬며 폐와 심장이 쪼개져나가는 고통을 체험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나약해보이지만 이들이 얼마나 강인하게, 얼마나 처절하게 살아남았는가를 나는 안다.

메이플 하우스에 들어오면 간호사실 앞 로비에 재키 할머니와 손자뻘 되는 마틴이 항상 있다. 마틴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특수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말은 못하나 의사표시는 충분히 한다. 하루는 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마틴이 할머니 휠체어 옆으로 다가가자 재키가 왼손을 내밀어 그의 오른 손을 잡은 것이다. 그 장면을 처음 목격한 나는 큰소리로 ‘원더플’하며 박수를 쳤다.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래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어.’ 감격스러워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4년 전 이곳을 답사 올 때만해도 빨간 블라우스에 하얀 바지 차림으로 앙증맞은 스쿠터를 운전하며 온 실내를 누비고 다니던 아주 자그마한 백인 재키 할머니, 지금은 그렇게도 좋아하던 퍼즐 맞추기도 못하고 치매로 가만히 앉아있지만 아들 며느리들만 오면 금새 얼굴이 밝아지며 미소가 번진다. 요즈음은 도우미의 도움으로 그림에 색칠하기를 한다.

고개를 돌려보면 아침 일찍부터 간호사들의 도움으로 거실에 나와 있는 40대 초 젊은 맨디가 있다. 가족을 기다리는 눈치다. 아내와 부모가 교대로 그의 곁을 지킨다. 그는 갑자기 척수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가 1년 전 이곳으로 왔다. 두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아빠를 보러온다. 목소리는 나지 않지만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혼자 있을 때는 침울해 보이는데 가족들 앞에서는 항상 웃고 즐거워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나를 가장 많이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성장하는 동안 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후진국이다 보니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모양이다. 다시 캐나다로 와 치료했으나 시력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점자를 이용해 UBC를 졸업한 수재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가끔 로비에 나와 피아노를 친다. 방에서는 키보드로 찬송가를 치기도 한다. “앤드루”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내 목소리를 기억하고 “미세스 정”하며 반가워한다. 생각 같아서는 매일 보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여 정말 미안하다. 이곳에 혼자 있는 그가 많이 외로워 보였는데 다행이 어느 다민족 교회와 연결이 되어 요즘엔 방문객이 많아 좋다.

메이플 하우스 사람들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용감하게 외부 어디든지 다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 이 중 피터는 처음 이곳에 올 때만 해도 화를 많이 냈다는데 지금은 재혼도 하고 잘 적응하며 사는 것 같다. 어제는 아내가 차를 렌트해 와서 그로스마운틴까지 다녀왔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또 가족의 도움으로 집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 남편 역시 내가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1년에 3-4회씩 집에 다녀오곤 했다. 집에 다녀오고 나면 한 동안 활기가 있어 보인다.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삶인 것 같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어느 한 사람도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한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 하셨는데 이들을 보면 그 말씀에 공감이 간다. 한 사람의 삶이 어떠한 것이든, 그 사람이 비록 건강을 잃고 정신까지 온전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보기에 세상에서 존재 가치가 없어 보일지라도 가족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사랑하고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아침마다 도시락 가방을 들고 출근하듯 널싱 홈을 방문하는 가족들을 만나면 남 같지가 않다. “굳 모닝, 하우 아 유” 서로 인사를 하며 반가워하지만 점점 초췌해가는 모습들을 볼 때 마음 한구석이 찡하다. 인종과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무언의 위로를 주고받으며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걱정을 함께 한다.

이런 가족이 있기에 환자들은 하루하루 버티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번이라도 더 미소 짓고 한번이라도 더 이름을 불러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리라,

 

“메이플 하우스 피플, 화이팅!! 아이 러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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